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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오니레] 새로운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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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오니레가 성인이 되어 동거한다는 설정입니다.

 

 딸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에 점점이 흩어져있던 의식이 선명해지며 니레이는 눈을 떴다. 무거운 졸음이 걸쳐진 눈꺼풀을 몇 번이고 깜빡이고 나서야 겨우 시야가 또렷해지는 느낌이었다. 니레이는 손등을 들어 눈가를 대충 비볐다. 아침마다 잠에서 깨어나기 위한 무의식적인 습관이었다.


 딸랑― 다시 들려오는 소리에 니레이는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열린 문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유리 풍경이 청명한 소리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키류 씨에게 선물 받은 걸 어제 바로 달았었지. 그제야 떠올린 사실에 니레이는 누운 몸을 옆으로 돌렸다. 혼자 쓰기에 드넓은 킹사이즈 침대. 옆자리에는 양반다리로 앉은 채 두 눈을 감고 있는 동거인의 모습이 보였다.


 “스오 씨……?”


 니레이는 이제 막 일어나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지그시 감겨있던 두 눈이 떠지는 게 보였다. 스오는 몸을 돌려 앉아 니레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니레 군, 좋은 아침.”
 “피곤했을 텐데 일찍 일어났네요…….”


 니레이는 한 손으로 새어 나오는 하품을 가렸다. 어제는 이삿날이었다. 다음부터는 포장 이사하라고 투덜거리면서도 열심히 짐을 옮긴 사쿠라. 힘쓰는 일은 뭐든 맡기라며 큰소리치다가 결국 서랍장 모서리를 망가트린 츠게우라. 바빠서 도와주러 오긴 힘들다며 대신 이사 선물을 잔뜩 보내온 키류. 우메미야가 보낸 생필품을 현관 앞에 놓고 그대로 사라져 버린 스기시타. 떠올려보면 어제는 소란스러운 하루였다.


 “니레 군이야말로 일찍 일어났네. 나 때문에 깼어?”
 “아뇨, 풍경 소리가 들려서…….”


 니레이의 대답에 스오는 고개를 들어 창가를 바라보았다. 후우린 고교를 다닐 적부터 학교며 상가 입구에 잔뜩 걸린 풍경 소리는 익숙한 일상의 소리였다. 그런 두 사람의 동거 선물로 유리 풍경이라니. 키류는 제법 센스가 좋은 편이었다.


 “스오 씨…….”
 “음?”


 문득 제 옷자락을 당기는 손길에 스오는 다시 니레이 쪽으로 시선을 내렸다. 의문을 띤 스오의 표정에 니레이는 대답 대신 그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갑작스러운 니레이의 행동에 스오는 생긋 웃음을 지으며 다시 자리에 누웠다. 같은 눈높이로 내려오자 보이는 조금 멍한 표정의 니레이가 귀엽게 느껴져,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


 “아직 졸려?”
 “그건 아니지만…… 오 분만 누워있을래요.”


 이내 제 품 속으로 파고드는 니레이의 등을, 스오는 부드럽게 토닥였다. 차분한 그 손길에 니레이는 그대로 다시 잠들어버릴 것만 같았다.


 딸랑―


 어제 짐 정리 다 못 끝내서 오늘도 바쁠 텐데. 저녁에는 애들 다 같이 집들이 온다고 해서 준비도 해야 하고. 할 일은 많았지만 어쩐지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노곤하게 감겨오는 눈꺼풀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기만 했다.


 섬유유연제 향기일까. 안긴 스오의 품에서는 은은한 코튼 향이 풍겨왔다. 포근한 그 향기에 자꾸만 눈이 깜빡거렸다. 그러고 보니 아직 세제랑 섬유유연제 안 샀는데. 내일은 같이 마트에 가야겠다……. 스오 씨 향기가 좋으니까 스오 씨가 원래 쓰던 걸로 사자고 해야지. 그러면 나도 스오 씨랑 같은 향기가 나려나……. 생각해 보면 그건 좀 부끄러울지도 모른다. 문득 드는 생각에 니레이는 저도 모르게 그의 품속으로 깊게 고개를 묻었다. 물씬 풍기는 스오의 향기에 어쩐지 졸음이 가시는 기분이었다. 그제야 내내 등을 토닥이던 손길이 어느새 멈춰있다는 걸 깨달았다. 니레이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언제 잠든 것일까. 제 앞에선 좀처럼 자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스오의 두 눈이 굳게 감겨있었다. 미세하게 들려오는 숨소리에 니레이는 튀어나올 뻔한 목소리를 꾹 삼켰다.


 와, 스오 씨 자는 얼굴 처음 봐…….


 혹여 자신 때문에 잠에서 깰까 봐 니레이는 최대한 숨죽인 채 스오의 얼굴을 살폈다. 어제 있었던 이사 소동 탓에 적잖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일찍 일어나서 명상을 취하다니. 다시 잠들긴 했지만, 대단한 일상 습관이었다. 덕분에 스오의 잠든 얼굴을 구경할 수 있게 된 니레이는 소소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잠시 눈치를 살피던 니레이는 고개를 들어 스오의 입술에 짧게 키스했다.


 “안녕히 주무세요, 스오 씨.”


 배시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니레이는 눈을 감았다. 얼마 있지 않아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는 스오의 입꼬리를 보지 못한 채, 니레이는 다시금 잠들었다.

 


202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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